법원이 양평 은혜재단 김종인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승곤 부장판사)는 22일 김종인 전 이사장 등이 은혜재단을 상대로 사직서 무효와 현 이사진 선임의 무효를 요구하는 이사선임결의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김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3일 서울고등법원은 김종인 이사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한바 있다.

은혜재단은 지난해 1월 김종인 전 이사장의 사직서를 권한이 없는 재단 간사가 군청에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설립자 부부가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던 은혜재단은 김 전 이사장 등 이사 2명을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 3명을 선임한 후 김종인 이사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였고 김종인 이사장 측은 이사선임결의 무효소송으로 맞대응하는 등 쌍방이 여러 건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왔다.

1년이 지난 4월 13일 서울고등법원 제25민사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내린 김종인 이사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결정'을 취소했고, 이날 수원지방여주지원은 김종인 전 이사장의 사직서와 이사선임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대표이사 사직서 재단 간사가 처리할 권한 없어"

1심 재판부는 이날 “2017년 3월 17일 이사회에서 전00, 이00, 심00을 이사로 선임한 결의, 2017년 3월 28일 이사회에서 전00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결의, 2017년 4월 5일 이사회에서 전00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원고 김종인과 신창선을 이사에서 해임한 결의를 무효임을 확인한다”면서,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인 김종인 전 이사장의 사임효력 유무에 대해 “피고 재단의 대표이사를 사임하는 경우에 사임의사 표시가 효력이 발생하려면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될 자에게 사임의사 표시가 도달하여야 되는데 정관상 상임이사가 권한대행자로 정해져 있다”면서, “그러나 피고 재단에는 특별히 상임이사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그럴 경우 민법 기본 원칙에 따라 이사가 권한대행자가 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원고 김종인이 이사가 아닌 피고 재단의 간사 최요한에게 사직서를 교부하였다고 하여도 정당한 권한대행자에게 사임의사 표시를 한 것이 아니고, 또 사직서가 정당한 권한 대행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최요한에게 명시적으로 사직의사를 철회하면서 사직서의 반환을 요청한 이상 사직의사는 철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따라서 김종인 이사장의 사임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양평군수의 임시이사 선임 효력에 대해서도 “선임요청 공문 자체가 원고 김종인의 의사에 반하고, 임시이사를 선임한 2017년 2월 15일 당시 피고 재단에는 위에서 본바와 같이 원고 김종인을 비롯하여 기존 이사들 모두가 임기 중에 있었기 때문에 임시이사를 선임한 효력이 없다”면서, “따라서 5명의 이사 중 임시이사 3명의 선임이 무효여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각 결의도 효력이 없게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이 끝나고 김종인 이사장은 "진리와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사회복지에서 족벌경영체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의 관피아, 복피아가 사회복지 현장을 피폐화시키고 난도질하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면서, "이번 판결로 은혜재단의 비리척결이나 정상화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사회복지에 있어서 내 재산처럼 하는 족벌경영이 아닌 장애인과 직원들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늘을 기점으로 족벌경영과 관피아라는 백서를 발간해서 사회복지계의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회복지계에도 개혁의 드라이브가 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혜재단 해고자의 군청 앞 시위에 동참했던 박현일 양평군의원과 유상진 정의당양평군지역위원회 정책국장은 이날 재판에 참석하여 김종인 이사장 측에 힘을 실어줬다.

박현일 군의원은 "오늘 재판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가 '공정한 양평'을 부르짖고 있는 정동균 군수의 첫 번째 가늠자라고 생각한다"면서, "은혜재단 사태의 공정한 해결을 임기 4년의 시금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오늘 재판에 참석하게 됐다. 행정사무감사에서 직무유기 등 책임 물을 일이 있으면 확실히 묻겠다"고 말했다. 

유상진 정의당 정책국장은 "복피아라 불리우는 양평군과 경기도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이번 일을 어렵게 만들어 온 것 같다"면서, "새로운 양평을 추구하는 정동균 군수가 오랜 적폐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이번을 계기로 확실하게 끊을 필요가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책임자들은 책임을 물어 합당한 징계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가처분 승소에 이어 여주지원 소송에서도 승소하면서 김종인 이사장의 재단 복귀 시점에 이목이 쏠리면서 양평군은 은혜재단이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사회복지사협회비 횡령 건으로 고소당한 유선영 전 원장은 1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은 후 2심에서도 역시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