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아지른 듯한 바위절벽과 기암괴석, 맑은 계곡이 어울려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일컬어질 만큼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는 경기 양평군 단월면 소리산의 정기를 받으며 바위틈에서 분출되는 지장수인 석간수 약수터.

2003년부터 석간수 지킴이를 천직으로 여기며 생활하고 있다는 김 모(75) 할머니는 얼마 전 사별한 할아버지와 함께 20여년째 이 석간수 약수터를 관리해 오고 있다. 그런데 양평군이 갑자기 2년 전부터 약수터 관리실이 도로구역 내 불법점용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20년 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석간수 주변을 청소하며 관리하는 대신 관리실을 짓고 그 곳에서 농산물을 소규모로 판매하는 것에 당시 단월면장의 승인을 받았다는 할머니는 “20년 간 부부의 생계를 이어 온 일터를 할아버지가 사망하자 곧바로 내쫓는 결정을 한 것은 석간수를 둘러싼 보이지 않은 불순한 세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할머니 측은 “2003년 당시 단월면장의 약수터 관리실 설치 구두 승인은 유효한 행정작용”이었다면서 “당시 단월면사무소에서 청소 등 관리에 대한 합당한 보수를 지불하였다면 관리실을 짓지도, 또 농산물 판매행위 역시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양평군에서는, 단월면장은 도로구역 내 가설건축물 설치 행위를 허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도로구역에 건축물의 건축 등은 위법행위로 명백하게 공익에 반한다는 입장으로 2022. 4. 8. 관리실 철거 행정대집행 영장을 통지한 후 현재 이 곳에 인도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자 할머니 측에서는 2022. 5. 13. 수원지방법원에 양평군의 계고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2022. 5. 16. 행정대집행 영장 통지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 수원지방법원 “행정대집행,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 할머니 손 들어줘 

할머니 측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엄상문 부장판사)는 지난 6. 2. 행정소송 사건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집행을 정지한다는 행정대집행 영장 통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을 하면서 할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행정대집행으로 인하여 할머니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 처분의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고, 달리 집행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늘 이곳을 이용하던 마을 주민들은 양평군의 태도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법원에 철거반대서명 탄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석간수 인도설치 및 도로정비 공사를 반대하는 탄원서와 함께 설문조사 결과를 양평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석간수 약수터를 애용해 왔다는 양평군민 A(55)씨는 “그동안 노부부가 약수터 관리를 깨끗이 해왔는데, 양평군이 이제 와서 관리실이 불법이라며 철거하란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했다”면서 “민선 8기 양평군정 비전인 행복공동체를 실현하는 행정을 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할머니 측에서 제기한 양평군 대집행 영장에 의한 통지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은 오는 13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에서 두 번째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