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경기장애인인권센터 합동조사반과 국가인권위원회 등 조사반 8명이 문제의 장애인시설을 찾아 입소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양평 A재단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이 심각하니 이를 조사해 달라"며 지난 달 15일 장애인인권센터에, 16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재단에 따르면 산하 장애인시설에서 장애인 노동력 착취와 인권침해 등 학대가 의심돼 이들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고, 두 기관은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민원을 토대로 현장조사를 해 위반사항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단에서는 4월 4일 양평군에 인권침해 사례를 보고했으나 1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단 산하 장애인시설 직원들은 현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불거진 장애인시설은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 등의 조사에서 장애수당 등 횡령혐의가 드러나 설립자 부부가 실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던 재단 산하시설 중 한 곳이다.

 

문제는 2014년 설립자 처벌 당시 혐의와 별개로 노동력 착취와 장애수당 횡령, 입소장애인 개인통장 예금 횡령 의심사례가 발견된 것.

 

재단에 따르면 입소 장애인 A씨가 2004년 설립자에게 맡긴 보증금 500만원 중 400만원을 편취 당했고,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설립자로부터 강제노동에 시달려 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설립자 부부를 만나기를 꺼려해 재단 산하시설인 순환보호작업장을 그만두고 현재 외부업체에 취직한 상태다.

 

또 B씨 모녀는 2010년 입소 당시 시설장이던 설립자 부인 C씨에게 맡겨 두었던 2.900만원을 2016년 4월 전액 인출했다며 C씨를 횡령 혐의로 지난 3월 31일 양평경찰서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녀 역시 C씨와의 만남을 피해 순환보호작업장을 그만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재단은 설립자 부부가 2002년부터 최근까지 장애수당과 장애인 생계비, 운영비, 후원금 등 수 억원을 횡령한 정황이 있다며 이들을 양평경찰서에 고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양평경찰서도 해당 시설에 대한 인권침해와 횡령 등의 사항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어 향후 조사결과 및 인권침해 주장의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담당 과장은 지난 8일 행정사무감사에서 “해당 시설의 인권침해가 행정기관 내부에서 이뤄진 게 아니어서 해명할 가치가 없어 군수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등 마치 설립자를 비호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공직자의 자세를 의심케 했다,

 

설립자 역시 “입소 장애인에게 강제로 일을 시킨 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장애수당 횡령 등 십 수년간 밝혀진 것만 수 십건으로 횡령이 상습화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인권위의 이번 직권조사를 통해 설립자 문제뿐만 아니라 양평군의 관리·감독 책임 등에 대한 조사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은혜재단 일부 이사들 역시 최근 양평경찰서를 방문해 "재단 내 장애인 인권침해와 장애수당 횡령 등에 대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최근 대법원은 ‘서울판 도가니’ 인강원 사건에 대해 ”과거 횡령도 유죄”라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으로 비교적 가벼운 죗값을 받고 마무리될 뻔 했던 인강원 사건은 다시 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보조금 13억 7천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인강원 전 원장 이 모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가 원장 이 씨의 죗값을 절반으로 줄였다. 2007년 이전에 빼돌린 보조금은 공소시효가 만료됐으니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매달 지급되는 보조금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횡령했다면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과거 행위도 같은 범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률상 ‘포괄일죄’라는 설명이다.

 

재단 역시 십 수년간 지속된 설립자 부부의 횡령을 ‘포괄일죄’로 보고 있어 사법기관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