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물맑은시장과 롯데마트가 8일 극적으로 상생협의를 체결하면서 그동안 6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롯데마트 개설이 눈앞에 다가 왔다.

이런 가운데 '입점반대 비대위'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생협약 체결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서 진통을 겪고 있다.

비대위 측은  8일 체결한 상생협약은 총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면서 가처분 및 무효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상인회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밝혔고, 건축주와 롯데마트는 10일 준공신청과 점포개설등록신청을 양평군에 각각 접수해 양측은 지금 폭풍전야다.  

특히 지난 5일 양평군민회관에서 개최된 주민설명회에서 비대위 사무국장에게 밀려 넘어졌던 상인회장이 상해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롯데마트 건축주가 상인회장 등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입점반대 비대위의 주장과 시장 상인회의 반박,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내용들을 토대로 '상생협약서' 체결을 둘러싼 핵심 쟁점들을 정리해 봤다.

비대위는 '상생협약'이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인회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으로, 법원에서도 이사회 의결은 총회에 준한다는 판례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회는 정관에 총회 의결사항으로 정관의 개정, 임원의 선출, 예산안 확정 등을 규정하고 있고,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예산안 의결을 포함한 상인회 운영에 대한 주요사항 등이 있다면서, '상생협약'은 이사회 의결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상인회는 11일 군청 지역개발국장과의 면담자리에서도 이제껏 이사회 의결사항을 총회에 부의하여 결정한 사례가 없었다면서, "전임 회장 시절에도 입점찬성 측에서 총회에 부의해달라고 요구했었지만 '총회에 부의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하고, 지금껏 상생협약 체결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견지해왔다"고 설명했다.

비대위 측은 8일 개최된 상생협약위원회 폐회 후 비대위 측 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위원이 모여 상생협약을 결정한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상인회는, 앞서 6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비대위의 요청으로 3명의 상생협약위원을 충원시켰고, 이때 정남운(비대위 사무국장) 회원은 대표성이 없어 위원이 될 수 없다고 의결했음에도 비대위는 8일 회의에 정남운 회원을 일방적으로 참석시켰고, 또한 회의 장소에 상인들을 대거 동원하여 협의 자체를 무산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단 비대위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회의를 진행하긴 했으나, '비대위' 정남운 사무국장과 비대위 소속 이천희 이사가 도저히 협상의제로 삼을 수 없는 요구사항을 들고 나와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정기간(5~10년) 동안 피해 상인회원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보상과 현재까지 수집된 1,40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읽어보는 데만 1개월 이상 소요되므로, 1월 말 정기총회 이후에 신임 회장단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요구를 시종일관 주장했고, 또한 협의안 13가지 항목 중 10억원의 시설개선사업 외에는 상인들과 상관이 없기 때문에 모두 협의안에서 빼야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유통산업발전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시행세칙과 양평군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관련 조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해서도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이마저도 ▲티엘산업에서 제기한 소송 취하 ▲1월 오픈 예정 현수막 제거 ▲소비자 대상 여론전 중단이 선행된 후에야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게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두 사람을 제외한 7명의 위원은 이구동성으로 "검토할 서류를 읽는데만 1개월 이상 걸린다는 등 무리한 조건을 내거는 것은 결국 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 "2020년 11월 23일까지 (협상을 끌고)간다면 우리가 이렇게 모여 있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고, 반대 측 비대위 정남운 사무국장은 "우리한테 적절한 피해보상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우리가 굳이 협상 테이블을 펼쳐 놀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위원들이 "그럼 그때까지 (협상을 끌고)가자는 거냐"고 되묻자, 정남운 사무국장이 "물론이다"라고 대답하면서 결국 이날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는 설명이다. 

상인회는 결국 비대위의 주장이 그동안 도출한 '협의안'을 백지화시키고 협의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이 따로 모여 토의 끝에 그동안의 협상안을 회장에게 보고한 후 이사들에게 건의해서 19명의 이사 중 16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아 '상생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다수 상인회원이 반대하고 있다?

비대위는 전체 상인회원 278명 중 144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137명이 입점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상인회는, '셀프조사'에 의한 결과를 누가 믿겠느냐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생협약에 찬성하고 있는 상인회 이사까지도 비대위원들과 싸우기 싫어 서명해 주었다는 사례도 있고, 오랫동안 서로 알고 있는 처지에서 드러내놓고 반박할 수 없어 설문지에  서명했다는 사례도 많다면서 전형적인 여론조작이라고 폄하했다. 특히 입점찬성 측에서는 반대로 상인 190여명의 찬성 서명부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혀 '셀프조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상인회는 최근 전문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도 상인인 자영업자 81.3%가 입점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대위 입점반대 주장은 합리성이 결여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했다.         

한편, 양평군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회의를 개최하는 등 신중한 검토과정을 거쳐 개설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고심이 깊다. 양평군민 대다수가 입점을 찬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상인회와 롯데마트가 상생협약을 체결했고, 또 건축주가 4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사업비를 투자해 건물을 완공한 사정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평군민 200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걸린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양평군청 이종승 지역개발국장이 10일과 11일 양측을 각각 불러 입장을 청취하는 등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섰지만 양측 갈등을 해소할 접점을 찾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